1만 년 전까지 거슬러 올라가 유럽인의 유전자를 해석한 연구를 통해, 감염병의 위협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유전자적 적응과, 염증성 질환 및 자가면역 질환 사이의 연관성을 밝혀냈다.
영국 생물학자 J.B.S.홀든은 1950년대에, "적혈구 이상의 원인이 되는 돌연변이가 아프리카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것은, 이 지역에서 매년 많은 사람들의 목숨을 앗아가는 감염병인 말라리아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제창. 병원체가 인류의 가장 강한 선택압 중 하나임을 보여주는 이 설은, 나중에 여러 연구에 의해 뒷받침되었지만, 감염병이 대유행했던 시대에는 어땠는지와 그 영향이 현대 염증성 질환이나, 자가면역 질환의 위험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해서는 많은 의문이 남아 있었다.
그래서, 프랑스 파스퇴르 연구소의 Gaspard Kerner 등 연구팀은, 지난 1만 년 동안 유럽에 살았던 사람들 2879명의 게놈을 분석하는 연구를 수행했는데, 이를 통해, 감염병 적응이 인류 유전자에 미치는 장기적인 영향에 대해, 크게 세 가지 식견을 얻을 수 있었다는 것.
첫 번째는, 1만 년 사이에 유럽에서 급속히 증가한 변이가 있다는 것. 살아남아 자손을 남기는 데 유리한 "정의 자연선택"에 의해 진화한 이 변이는, 주로 자연면역반응에 관한 89개 유전자 안에 존재하고 있으며, 예를 들어 ABO 혈액형 시스템을 담당하는 유전자나 항바이러스 활성을 담당하는 유전자 등이 대표적이었다.
특히 연구팀의 흥미를 끈 것은, 병원체에 대한 유전적 적응을 보여주는 이들 "정의 자연선택"의 대부분은, 청동기시대 시작 무렵부터 약 4500년 전과, 비교적 최근에 일어났다는 점으로, 이 변화의 가속이라고 할 수 있는 현상은, 페스트와 같은 심각한 감염병과 관련된 강한 선택압에 의한 것이 아닐까 연구팀은 생각하고 있다.
두 번째 발견은, 최초 발견과 반대로, 지난 1만 년 사이 특정 유전자 변이가 급감하는 "부정적 자연선택"도 청동기 시대에 시작됐다는 것인데, 이러한 불리한 변이의 대부분은, 자연 면역 반응과 관련된 유전자 안에 존재하며, 감염병 위험에 유해한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실험적으로 확인된 변이였다.
그러면서 연구팀은 마지막으로, "과거 병원체로부터 받은 자연선택으로 인해,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갖기 위한 유전자가 유리해진 결과, 현대 자가면역질환이나 염증성 질환의 위험이 높아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설을 검증. 구체적으로는 결핵, 간염, HIV, 코로나19, 류머티즘 관절염, 전신성 홍반성 장질환 감수성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진 수천 개의 돌연변이가 조사 대상이 되었다.
분석 결과, 크론병 등 염증성 질환의 위험 상승과 관련된 변이가 지난 1만 년 동안 빈도를 늘렸으며, 반대로 감염병 발병 위험과 관련된 변이 빈도는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었다.
연구팀을 이끈 파스퇴르연구소의 Lluis Quintana-Murci씨는, "이 연구 결과는, 신석기 시대부터 유럽인의 염증성 질환 위험이 증가하고, 감염병에 대한 저항력을 높이는 변이가 양의 자연 선택을 받고 있음을 보여줍니다"라고 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