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

잠은 왜 자야할까?

o2zone 2016. 5. 13. 19:08

쥐를 무한정 잠재우지 않는 악명 높은 실험이 있었다. 


미국 시카고 대 앨런 레치 섀픈 박사는 잠이 들려고 하면 회전하는 턴테이블에 실험쥐를 올려놓고 뇌파를 조사하였다.

  

쥐는 벽에 부딪치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움직였고 '불면 마라톤'은 3주만에 죽음으로 끝났다. 먹이나 물이 없었을 때보다 불과 3일을 더 살았다고 한다. 잠이 음식이나 물 못지 않게 생명 유지에 중요하다는 예이다. 


누구나 오후면 어김없이 찾아드는 졸음을 피할 수는 없다. 



미국 수면 재단은 '잠의 날'을 정하고 전국적인 '8시간 자기 캠페인'을 벌였었다. 이 단체의 최근 조사 결과 미국 성인의 68%가 수면 부족 등 각종 수면장애에 시달리는 것으로 나타났고 집중력과 기억력 저하, 짜증은 물론 졸음운전과 대형사고로 인한 막대한 인적, 물적 손해가 잠 부족 탓인 것으로 드러났다.



잠은 왜 잘까? 한 가지 설명은 에너지 보전이다. 몸을 움직이지 않고 체온을 낮추어 낮 동안 고갈된 에너지를 충전한다는 것이다. 포유류와 새들은 체온을 유지하느라 막대한 에너지를 쓴다. 


그렇지만 의문이 따른다. 빵 한쪽 분량의 에너지를 아끼자고 8시간 동안이나 중요한 신체기능을 '가동중지'하는 것은 지나친 투자가 아닌가 싶다. 설득력을 얻고 있는 다른 설명은 뇌가 잠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잠자는 동안 뇌는 의식의 스위치를 끈 다음 잡동사니 기억을 제거하고 새 정보를 갈무리하는 등 집안정돈을 한다는 것이다.


이런 기능을 하는 잠이 꿈을 꾸며 눈동자를 빠르게 움직이는 렘(REM)수면이다. 


이때 뇌는 깨어있을 때처럼 맹렬한 활동을 벌인다. 렘수면을 하면서 낮에 일시 저장한 정보를 영구 보존하기 위한 '포장'작업이 이뤄진다는 연구결과도 있고 장애물 통과 훈련을 한 쥐나 시험공부에 몰두한 학생은 그날 밤 렘수면이 왕성하다. 술을 마시면 렘수면이 없어지고, 따라서 기억이 현저히 줄어든다는 조사도 있다.



최근 밝혀진 뇌의 중요한 기능은 면역이다. 앞서 든 레칫 섀픈 박사의 쥐는 체온이 떨어지면서 평소 접하던 박테리아에 감염돼 죽었고 밤샘 작업을 하고 난 뒤 쉽게 감기에 걸리는 것도 결국은 잠 부족 때문이다. 


잠 부족은 현대인의 숙명이다. 심리학자 스탠리 코렌은 그래서 현대문명을 '잠 도둑'이라고 불렀고 영장류 가운데 사람은 잠을 가장 짧게 잔다.


침팬지는 10시간 고릴라는 12시간의 수면을 즐기고 가장 잠꾸러기는 하루에 20시간 이상을 잠으로 보내는 박쥐다. 반면 코끼리, 말, 소 등 초식동물은 3-4시간밖에 자지 않는다고 한다. 대신 긴 시간동안 존다고 한다. ㅋㅋㅋ


호흡을 위해 늘 헤엄쳐야 하는 돌고래와 바다표범은 겉보기에는 잠을 자지 않지만 양쪽 뇌가 번갈아 자는 사실이 뇌파조사를 통해 밝혀졌다.


파충류와 양서류, 어류도 비슷한 상태를 보이고, 심지어 곤충도 잔다. 잠자는 바퀴와 꿀벌은 가볍게 건드려도 꼼짝하지 않고 더듬이를 축 늘어뜨린다.


그렇다면.... 박테리아도 잘까요? 진정으로 궁금하다.